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나해철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때로는 나란히 선 키 큰 나무가 되어
때로는 바위 그늘의 들꽃이 되어
또다시 겨울이 와서
온 산과 들이 비워진다 해도
여윈 얼굴 마주 보며
빛나게 웃어라
두 그루 키 큰 나무의
하늘 쪽 끝머리마다
벌써 포근한 봄빛은 내려앉고
바위 그늘 속 어깨 기댄 들꽃의
땅 깊은 무릎 아래에
벌써 따뜻한 물은 흘러라
또다시 겨울이 와서
세월이 무정타고 말하여져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벌써 봄 향기 속에 있으니
여윈 얼굴로도 바라보며
빛나게 웃어라
■ 창작과 비평사 나해철 시집
'아름다운 손'
표지문
나해철 시의 새로움은 이웃에 대한 따뜻한 껴안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엄혹하게 따져보려고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자기 응시일 수도 있겠고 연민이나 질타의 감정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 여하튼 한참 신나게 달리다 말고 갑자기 서서 뛰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있는 듯한 시들을 발견하는 기쁨은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시인 고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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