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詩序文들

내장산 단풍 .. 정진규

Happy-I 2004. 9. 12. 13:02





내장산 단풍 / 정진규



그럴 만한 세월이었지 내 안 어디에나 숨어 있는 너를 내가 짚어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토록 꼬리를 감추던 네가 全身(전신)으로 돌아서 달려드는게 두렵다 충만은 언제나 소멸을 예감한다 그것도 알몸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다만 단 한 가지 네 비트를 나만이 알 수 있도록 네가 나의 감옥을 지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수감되었음을 한동안 나도 몰랐다 내장산 단풍 보러 가서 내장된 단풍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內藏(내장)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이미 제가 내장되었음을 짚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지리산 철쭉바다 細石平田(세석평전)을 보았던 임오년 늦봄 나의 일기에 네가 좀 비치는 걸 적어둔 게 있기는 하다만 이번 가을 내장산 단풍 보고 와서나는 더욱 확실해졌다 너를 은애하는 사람이 되었다


『'현대시학' 2003년 11월호 발표』






- 안의 것이 밖으로 나와 나와 완전히 하나 되다 시인 정진규씨는 "시를 쓸 때 소재가 되는 사실적인 대상과 시적인 실체가직방으로 함께 올 때가 있다"고 밝혔다. '내장산 단풍'을 쓸 때도 그랬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아마 '내장'이라는 말이 어떤 자극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감춰진 어떤것, 속에 들어 앉은 어떤 것을 만나려는 노력은 어떤 시인이든 죽 하는 것이지만, 대상과의 교감, 화응에 대한 요즘의 간절함이 내장산 단풍을그렇게 받아들이게 한 것 같다"는 것이다. 교감.화응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속 안의 것'이 밖으로 나와 '나'와 만나 고, 내가 밖으로 나온 '속 안의 것'에 갇혀, 대상과 완전히 하나가되는 세계"라고 답했다. 정씨는 자신의 산문시 안에 있는 리듬에 대해서도 공들여 설명했다. "산문 형태의 시에도 제 나름의 환상적인 파도의 물결과 서정적인 흐름의억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늘 명제로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서정적인 흐름의 억양'은 말 의 흐름으로 깔리는 호흡률 같은 것이다. '내장산 단풍'에서 그런 대목을 짚어달라고 주문했다. 정씨는 "내장된 단풍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內藏(내장)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이미 제가 내장되었음을 짚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는 구절을 예로 들었다. 과연 반복되는 구절들에서는 분명히 어떤 리듬감이 느껴진다. 정씨는 "'형식적으로 이런 거다'라고 설명하기 곤란하다. 시를 읽어 나가면서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정효구씨는 "'내장산 단풍'이 '전일성(全一性)의 세계'를 그리고있다"고 지적했다. 정씨에 따르면 한 존재와의 만남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그것이 내 몸 안에서 내장(內臟)으로 기능하고 있는가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다. '내장산 단풍'에서 내장산에는 단풍이 내장돼 있고, 단풍 속에 시인이 내장돼완벽한 한몸을 이룬 것으로 그려진다. 정씨는 "우리 삶에는 넘을 수 없는 소외.차이. 간격. 거리 등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정진규씨의 시는 그런 거리를 무화시키고 초월해 대상과 내가 하나 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전율이 올 정도로 대단한 세계"라며 "자기를 완벽하게 지우고 버리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경지"라고 지적했다.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3중계 ⑨ - 2004.09.06일 중앙일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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