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詩集(창비詩選ㆍ173) ..『 그 여자네 집 』가운데에서
.............■ 表 誌 文
...나는「그 여자네 집」이란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에 희미했던 영상이 마치 약물에 담근 인화지처럼 점점 선명해졌다. 숨어 있던 수줍은 아름다움까지 낱낱이 드러나자 나는 마침내 그리움과 슬픔으로 저린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느릿느릿 포도주 한 병을 비웠다.
...- 박완서(소설가
..인간의 길과 시인의 길은 둘이 아니다. 김용택은 참다운 시인의 자리에 이름으로써 역사 앞에 부끄럼 없는 한 인간의 자리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 참다운 자리에서 쓴 시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우리는 그 감동의 여운 속에서 꽃피는 봄을 맞이하여 우리의 슬픔과 아픔이 저렇게 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