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꾸는 작은 용기화재 사고로 몸을 다친 뒤 집 안에서만 지내게 되면서앞으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불편한 몸으로 하는 일이라고는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뿐그러다 보면 화상 입은 엉덩이에는 물집이 생기고쓰라림에 잠도 쉽게 이룰 수 없지만 사람이란 참 이상합니다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고 아픈 것을 알면서도그만둘 수가 없으니오늘은 사고 뒤에 처음으로 나는 뭔가를 할 수 있다는사실을 깨닫게 되어 무척 기뻤던 날입니다어머니는 장녀로 태어나 집안 살림 하랴 동생들 돌보랴그렇게 다니고 싶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셨습니다그것이 어머니에게는 평생 큰 한이 되었는지 가끔내 책을 뒤적이며 한숨을 쉬곤 하셨습니다그래서 오늘부터 내가 어머니에게 선생님이 되어드리기로 한 것입니다오늘 우리 모녀의 첫 수업이 있었습니다어머니는 생각했던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았지만끝까지 이해하려고 애쓰시는 모습에 참 뿌듯했습니다도전하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오늘 수업은 사고를 겪은 뒤 의기소침해진 나에게는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람을, 어머니에게는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주었습니다"나 이렇게 공부해서 중학교, 고등학교 시험도 치르고대학에도 갈 거다. 그러니까 연주 니가 많이 도와줘야 한다."어머니 말씀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저번에 보니까 우리 동네에 나 같은 아줌마들이 몇 분있더라. 니 그사람들도 공짜로 공부시켜 주면 어떻겠노?"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그분들이 나에게 배울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르쳐주고싶습니다다만 사고로 엉망이 된 얼굴로 다른 이들 앞에 나서기가두렵다는 말을 차마 어머니에게 털어놓지 못했습니다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어머니가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용기를 일깨워주셨기때문입니다나와 어머니 그리고 이웃 아주머니들은 해낼 것입니다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의 사랑이 밝고 힘차게온 세상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글 : 정연주 [TV에세이 좋은생각 중에서]Secret Garden-Serenade To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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