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으나
늘 더듬거리며 가야하는 길이 있습니다.
눈부시고 괴로워서 눈을감고 가야 하는 길,
그 길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행로입니다.
그 길을 우리는 그대와 함게 가길 원하나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면 나혼자 힘없이
걸어가는 때가 있습니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그대가 먼저
걸어가는 적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은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 보다는 고통, 만족 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형벌의 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햇빛 따사로운 아늑한 길이 저 너머 펼쳐져 있는데
어찌 우리가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처음에 어린새가 날갯짓을 할 때는
그 여린 파닥임이 무척 안쓰러웠다.
하지만 점점 날갯짓을 할수록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도 꾸준히 나아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풍성해 질 수 있다는 것일게다.
맨처음 너를 알았을 때
나는 알지못할 희열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
막막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내가 사랑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은
항상 멀리 떠나갔으므로.
하지만 나는 너에게 간다.
이렇게 가다보면 너에게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마음이 환희로 가득 차 오르는 건
너에게 가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다.
너에게 닿아서가 아니라
너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자체가 내겐
더 없이 행복한 것이었으므로.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도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었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행복할 수 있었네.
새벽을 사랑하겠네.
그 신새벽에 피어오르는 안개를사랑 하겠네.
안개 속에 햇살이 그물망처럼
아름답게 피어 오르는 것을 사랑 하겠네.
내가 가장 그리워 하는 사람,
아니면 나를 가장 그리워 하는 사람이
안개가 되어 서성이는 창가,
그 창가를 사랑 하겠네.
나는 그렇게 새벽마다 수없이
그대를 떠나 보내는 연습을 하네.
내 속에 있는그대를 지우는,
혹은 그대 속에 있는 나를 지우는.
내가 나로 돌아올 수 있는
그 투명한 시간,
그 안타까운 슬픔을 사랑하겠네.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불빛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네.
밤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안을 줄 수 있는 불빛 같은 것.
그 불빛 하나로
깜깜한 밤을 지새는 사람에게
새벽 여명을 기다릴 수 있게 하는
한 줄기 소망 같은 것.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나무그늘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네.
힘겨운 삶의 짐을 지고 가다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게 하는 나무 그늘.
그 무성한 잎새 아래 땀을 식히다
멀리 바라보는 석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쉼표 같은 것이었다가
마침내
마지막 가는 길에 손 흔들어주는
만장(挽丈)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네.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었네.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
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
살아 있으므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소망 또한 가질 수 있네.
만약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아아 아직까지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
그 느낌에 감사하라.
모든 것의 끝은 있나니,
끝이 없을 것 같은 강물도 바다도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의 끝은 있나니,
또 마땅히 그래야 하느니
청춘도 그리움도 세월도
그리하여 우리의 삶 마저도...
내 사랑도 끝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네.
돌아보면 저만치 와 있는 이별,
비켜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아 나는 애써 외면하고자 했네.
내 사랑도 끝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알고 싶지 않았네.
결코 알고 싶지 않았네.
그대가 지금 뒷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기에
나는 괜찮을 수 있네.
마시다가 남겨둔 차 한 잔 내 앞에 남아 있듯이
그대 또한 떠나봤자 마음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 지을 수 있네.
그렇습니다, 우리...
떠나려는 사람은 강물에 띄워 보내자.
이 순간이야 한 없이 멀어지지만 굳이 슬퍼하지 말자.
언젠가는
강물이 비구름되어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우리들 가슴을 적실 게 아닌가.
떠남이 있으면 덜아옴도 있는 법.
그대가 떠났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고
외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그대가 올 때를 대비하는 게 더욱 급한 일.
영영 오지 않을 사람이라도 온다고 믿자.
그 믿음만으로도 우린
한세월 넉넉히 보낼수 있으리니.
참된 사랑이란 이기적이지 않네.
그 사랑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자유롭게 만들어 주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을 때
앞에 놓인 어려움들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네.
참돤 사랑이란 서로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슴을 결속시켜주는 것이기에,
성장할 수 있도록, 변화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서로를 위해서라면 헤어짐이라도
기꺼이 감수할수 있는 용기를 주기에.
사랑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사랑받고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그를 위해 내가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