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봄 우리나라 종교계의 큰 별이 졌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이다. 두 사람은 종교는 달랐지만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1997년 12월 14일 길상사 개원 법회에 법정스님의 요청으로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해 축사를 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법정스님은 <평화신문>에 성탄 메시지를 기고했다. 또 1년 뒤엔 명동성당에서 ‘나라와 겨레를 위한 종교인의 자세’라는 특별강연을 갖기도 했다. 이처럼 종교의 벽을 넘나들며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다운 종교인의 모습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은 살아생전 이웃을 보듬으며 나눔문화에 앞장서왔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동안 황진이, 홍길동, 김연아 등 인물 중심 교양만화를 그려온 비타컴은 두 사람의 삶을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스님> <천국에서 만난 바보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제목의 만화책으로 펴냈다.
지난 3월 향년 78세(법랍 54세)의 나이로 입적한 법정스님은 ‘무소유의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켰다. ‘육신은 헌 옷, 항상 깨어 있는 채로 정진하라’고 말했던 법정스님은 수의 한 벌 맞추지 않은 채 이승을 떠났다.
1955년 출가한 법정스님은 1976년 첫 산문집이자 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무소유>를 출간한 이후 20권이 넘는 책을 발간했다. 인세는 아이들의 학업에 도움이 되도록 고스란히 기부했다.
이런 그의 나눔 정신이 알려지자 1994년 사단법인인 ‘맑고 향기롭게’라는 시민모임이 결성됐다. 봉사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계기가 됐으며, 그가 지속해오던 장학사업 규모도 커졌다.
법정스님은 사회와 인류에 봉사하는 종교인이 되기 위해 종교 간의 벽도 허물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해 선종했을 때 추모사에서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며 “그의 존재로써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고 적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은 말로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은 대한민국 역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평생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다간 그의 젊은 시절은 신부로서의 자질을 고민하는 평범한 청년에 불과했지만 방황 끝에 29세 나이로 사제서품을 받고 성직자로서의 길을 걸으며 사회의 부조리에 당당히 맞섰다.
1968년 노동자들의 인간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가톨릭노동청년회를 지도하며 성명서를 발표했고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에도 1인 독재체제 반대 등을 주장했다. 사형제도 폐지, 위안부 인권회복 등 약자를 위해 그가 목숨을 걸고 나섰던 일들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조금 느리지만 배려할 줄 아는 ‘바보’가 되고 싶었던 김수환 추기경, 검소하고 청빈한 무소유 실천가로 산 법정스님. 이들의 일생을 다룬 만화 이야기를 통해 과연 우리네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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