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해피생각☆
☆해질녘의 단상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Happy-I
2004. 2. 22. 21:14
해질녘의 단상 이해인 1 어려서부터 나는 늘 해질녘이 좋았다 분꽃과 달맞이꽃이 오므렸던 꿈들을 바람 속에 펼쳐내는 쓸쓸하고도 황홀한 저녁 나의 꿈도 바람에 흔들리며 꽃피기를 기다렸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도는 이별의 슬픔을 아이는 처음으로 배웠다 2 헤어질 때면 "잘있어. 응" 하던 그대의 말을 오늘은 둥근 해가 떠나며 내게 전하네 새들도 쉬러가고 사람들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시간 욕심을 버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 문득 아름다운 오늘의 삶 눈물나도록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견디고 싶은 마음이 고마움이 앞서네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야 내일의 밝은 해를 밝게 볼 수 있다고 지는 해는 넌즈시 일러주며 작별 인사를 하네 3 비바람을 견뎌내고 튼튼히 선 한 그루 나무처럼 오늘이란 땅위에 선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슬픔을 견뎌내야 조금씩 철이 드나보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경험하고 터무니없는 오해도 받고 자신의 모습에서 실망도 하면서 어둠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가볍지 않은 웃음 웃을 수 있고 다른 이를 이해하는 일도 좀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나보다 4 찬물로 세수하고 수도원 안 정원의 사철나무와 함께 파랗게 깨어나는 겨울 아침 흰눈 속의 동백꽃을 자주 찾는 동박새처럼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즐겨먹는다는 붉은 새처럼 나도 이제는 붉은 꽃, 붉은 열매에 피 흘리는 사랑에 사로잡힌 한 마리 가슴 붉은 새인지도 몰라 겨울에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기쁨 시들지 않는 노래로 훨훨 날아다니는 겨울새인지도 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