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詩序文들

"그 날" - 한영옥 시인,

Happy-I 2004. 11. 13. 18:23













...."그 날"



.....................- 한영옥 시인 -




그날 그곳의 마을버스 정류장은
기다리는 사람조차 없이
무서운 폐허 위에 내던져져 있었다
나 혼자 벌판에 있다고 중얼거리며
오지 않는 마을버스 기다리다가
울음 터질 것만 같아 뒤돌아 섰는데
어느샌가 등뒤로 늘어선 사람들이
푸근하게 눈 맞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오후 세시쯤,
연한 바람자락 스치고
포근한 폭설이 있던 그날
나의 기다림이
다른 사람의 기다림 속에도
앉아 있는 걸 보았다
나의 그리움이
다른 사람의 그리움 속에도
스멀대는 걸 보았다
깨달음이 솜사탕 같았던 그날
동여맨 목도리 풀고
폭설 꽃밭에 한참을 잘 서 있었다


.
...한영옥 詩集(문학동네 시집ㆍ59)
..『 비천한 빠름이여 』중에서











........表 誌 文



..한영옥 시인의 작품을 대할 때면 "숨은 신이 진정한 신"이라고 한 파스칼의 말이 새삼스러워지곤 한다. 간결 단아한 편편의 작품에서, 겉으로는 안 그런 듯 속속들이 춥고 아린 울림이 깊고도 길어서, 이 정도로 대단하였구나 감탄하게 된다. 사소한 일상사나 사물들에 대한 신비로운 눈길과, 놀라운 상상력, 우리말의 풍요로운 구사력으로 격조 높게 빚어져, 그지없이 청아하고 향기롭다. 읽고 나서 눈감아 다시 음미하게 되고, 눈떠 거듭 읽혀지는 그윽하고 드높은 작품의 향훈이여. 시와 사람이 함께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 유안진(시인ㆍ서울대 교수)


..어떤 사랑도 조금은 절룩거릴 수밖에 없다. "벌써 사랑이 썩으며 걸어가네" 라는 탄식과 "눈물기름에 충분히 녹아 계신 당신" 이라는 깨달음 사이를 오가며, 그러한 환멸과 위로를 차례로 베풀어주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주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시집은 나직하지만 단단한 발성을 통해 때로는 격렬한 외침을, 때로는 순연한 다독거림을 들려준다. 완강한 존재의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온 그 떨림 혹은 흔들림속에서 우리는 '치명적 도약'으로서 사랑이 남기고 간 아픈 무늬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청보랏빛 입술에 산그늘을 걸치고 / 가을 풀섶으로 몸을 다 가린 용담꽃"과도 같은 이 늦은 개화앞에서 서늘한 슬픔과 더불어 시간을 잘 견뎌낸 자에 대한 경의를 느끼게 된다.

.................................- 나희덕(시인ㆍ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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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 ~

..시인.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신여대 국문과 및 성균관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예술비평가상>, <천상병시상>을 수상했다. 시집「적극적 마술의 노래」「처음을 위한 춤」「안개편지」와 시론집「한국현대시의 의식탐구」가 있다. 현재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La Califfa
- Ennio Morricone -



詩와 序文에서...